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 라이너 릴케 마음속의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에 대하여 인내를 가져라.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라. 그건 지금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 보는 일이다. 지금 그 문제들을 살라.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테니까. 이 시 또한 제가 매우 좋아하는 시인데요. 인생에 대한 시각이 담겨 있는 시입니다. 그런데 이 시에 답이라도 하듯, 재미있는 관점의 시가 또 하나 있습니다. 해답 - 거트루드 스타인 해답은 없다. 앞으로도 해답이 없을 것이고 지금까지도 해답이 없었다. 이것이 인생의 유일한 해답이다. 마치 두 시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 않나요? 위 두 시를 읽으며..
만약에 - 러디어드 키플링 모든 사람들이 이성을 잃고 너를 탓할 때 네 자신을 믿을 수 있다면 주위의 사람들이 너를 믿지 않더라도 네 자신을 믿으며 그들의 의심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기다림 속에서도 기다림에 지치지 않고 거짓이 다가와도 거짓으로 대하지 않고 미움을 받더라도 미움에 굴하지 않으며 나를 내세우거나 현명한 척 하지 않을 수 있다면 꿈을 간직하되 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생각을 계속 하되 생각 자체가 목적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면 승리와 패배가 다가와도 이 두 장난꾼을 똑같이 대할 수 있다면 네가 말한 진실이 나쁜 사람들에 의해 바보들을 속이는 데 사용되는 것을 참을 수 있다면 네가 최선을 다하여 이뤄낸 것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보고 몸을 굽혀 낡은 연장을 들어 다시 지을 수 있다면..
잃어버린 시간 - 자크 프레베르 공장 앞에서 노동자는 문득 발을 멈춘다 화창한 날씨가 옷깃을 당긴다 그는 고개를 돌리고 빨갛고 둥그런 태양을 하늘에서 미소 짓는 태양을 친근하게 바라본다 이봐, 태양아 참으로 바보짓이 아닐까 이런 날 하루를 몽땅 사장한테 바친다는 건 날씨가 추워지나 했는데 창밖을 바라보니 해가 쨍쨍. 조금 더 있으면 추워져 나가기도 어려울텐데 일탈을 꿈꾸고 싶은 하루입니다. 하지만 묶여있는 몸. 움직일 순 없죠. 여러분은 이럴 때 어떻게 하시나요? 항상 일요일을 꿈꾸지만 현실은 일하는 요일의 연속인 직장인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바칩니다. ( 이 시는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 플러스' 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
편지 - 윤동주 (?)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잠 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멍하게 길을 걷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니 단풍이 예쁘게 물들고 있고, 하늘이 꽤나 높게 보이는 것을 보니 가을의 한가운데에 서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는 가을이랑 정말 잘 어울리는 시인데요. 어떠한 형식으로든지의 이별 이후의 마음을 잘 대변해주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 이별을 하면 그리워서 슬프기도 하고 정말 괴롭죠.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는 명언의 힘을..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 엘렌 코트 시작하라, 다시 또다시 시작하라. 모든 것을 한입씩 물어뜯어 보라. 또 가끔 도보 여행을 떠나라. 자신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쳐라. 거짓말도 배우고.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 돌들에게도 말을 걸고 달빛 아래 바다에서 해엄도 쳐라. 죽는 법을 배워두라. 빗속을 나체로 달려 보라. 일어나야 할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고 그 일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흐르는 물 위에 가만히 누워 있어 보라. 그리고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으라.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 오늘도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고 자신의 '자서전' 을 써 내려가는 중입니다. 많은 계획을 세우고, 해내고 그 다..
1. 만남이 깊어지면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늘 괴로움이 따른다. 사랑과 글움에서 걱정거리가 생겨나는 것을 깊이 깨닫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2. 사람들을 너무 좋아하여 마음으로부터 그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면, 내 스스로의 길을 갈 수가 없다. 좋아함에는 이런 구속이 있음을 늘 염두에 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3.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즐거움과 환락이 있고 자기 자식에 대한 애정은 깊어만 간다. 하지만 사랑할수록 이별은 더욱 슬픈 법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4. 가고 싶은 대로 가라. 누구를 해치지도 말고 두려움 없이 얻는 것에 만족해하며, 내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고 자신있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5. 잎을 다 떨어낸 저 겨울나무와 같이 세상의..
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이 시는 예전 엄청났던(?)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님께서 멋진 목소리로 읽어주셔서 유명했던 시입니다. 간만에 시집을 폈는데 다시 읽게 되어 공유님처럼 낭랑한 목소리는 아니지만 공대생의 안목(?)으로 투박하게 시를 해설해보고자 합니다. ( 공대생은 설명충이라고 하더군요.. 저도 어쩔수 없...ㅠ ) 먼저 이 시를 해설하기 위해서는 소위 뉴턴이라는 '전설적인 과학자'가 나무..
추락한 부엌 - 이이체 이곳은 매우 슬프고 아늑하다. 비행운이 없이도 날 수 있는 하늘의 귀퉁이다. 휑뎅그렁한 부엌이라고 해도 좋다. 이건 포크고 이건 의자고. 그런데 왜 이렇게 텅 빈 거지. 이어폰을 끼우지 않은, 네가 억지로 밥 먹는 소리. 나는 음악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청회색 정서가 싫었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넘치는 이야기들, 그 축축한 식도락. 부엌에서 종이비행기를 접시에 담고 너에게 포크로 자르기를 요구했었지. 미안해요. 나는 발자국도 없이 가벼운 사람. 무단투기된 언어들이 하필이면 부엌으로 몰려만 가는가. 지구의 한 조각을 손에 쥐고 사는 것이 이토록 서럽더라니. 정말로 입술이 찢어지도록 아려오는 일, 경련이 일어나는 웃음. 우걱우걱 구겨 넣는 밥 한 숟가락은 비행기 안의 멀미만큼 어..
1. 이치에 맞지 않은 말은 말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 2. 한 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천 마디 말이 쓸데없다. 3. 입과 혀는 재왕과 근심이 드나드는 문이요. 몸을 망치는 도끼이다. 4.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느 말은 솜옷처럼 따스하고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말은 가시처럼 날카롭다.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한 마디 말을 천금의 값어치가 나가고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한 마디 말은 칼로 베는 것처럼 아프다. 5. 입은 사람을 찍는 도끼요. 말은 혓바닥을 베는 칼이니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라. 몸은 어디 있든 편안하리라. 6. 사람을 만나면 열 마디 중 세 마디만 한 조각 마음까지 다 던져선 아니 되오. 호랑이 세 개 입은 무섭지 않고 다만 사람의 두 마음이 두렵구나. 7. 벗과 마시는 술, 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