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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이 시는 예전 엄청났던(?)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님께서 멋진 목소리로 읽어주셔서 유명했던 시입니다.
간만에 시집을 폈는데 다시 읽게 되어 공유님처럼 낭랑한 목소리는 아니지만 공대생의 안목(?)으로 투박하게 시를 해설해보고자 합니다.
( 공대생은 설명충이라고 하더군요.. 저도 어쩔수 없...ㅠ )
먼저 이 시를 해설하기 위해서는 소위 뉴턴이라는 '전설적인 과학자'가 나무 밑에서 쉬다가 사과가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 알게 되었다는 신화를 가진 '만유인력의 법칙'을 먼저 이해하여야 합니다.
만유인력의 법칙은 간단히 말해서 '두 물체간의 끌어당기는 힘' 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법칙은 세상 모든 물체에 적용됩니다. 여기서 두 물체간의 끌어당기는 힘은 질량에 비례하게 되어 있습니다.
뉴턴의 상황으로 이해하자면 사과를 지구가 끌어당기는 힘과 지구가 사과를 끌어당기는 힘 중에서 '질량이 더 큰 지구가 사과를 끌어당기는 힘' 이 더 크기 때문에 사과는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죠.
그런데 이 질량이라는 개념을 간혹 잘못 이해하신 분은 크기가 클수록 ( 부피가 클수록 ) 질량이 크다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부피와 질량은 상관이 없습니다. 예를 들면, 부피가 작은 쇠공은 엄청 무겁죠. 반면에 그보다 크기가 큰 축구공은 그보다 가볍습니다. 질량이란 물체의 고유한 성질로 무거움의 정도라고 생각해 두시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이 시의 첫 부분 :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는 심지어는 이러한 오개념까지 잡아주는 엄청난 물리학적인 시의 시작을 알립니다.
그리고 나서 두번째 연은 이러한 만유인력의 법칙을 무시하는 자신의 마음에 대한 놀라움을 표현하는데요,
"조그마한 그 계집애",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 라는 표현은 질량이 작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때 만유인력의 법칙에 의한다면, 질량이 더 큰 '작가'는 질량이 더 작은'그 계집애'에게 끌어 당겨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그 여성분에게 "뉴턴의 사과"처럼 굴러 떨어진 거죠. 이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엄청난 '비과학적'인 현상이자 소위 'power of love'라 불리는 힘인거죠. 작가는 이 것을 정말 멋있게 "쿵 소리"를 낸다는 배경음악과 함께 나타내었습니다. 정말 멋진 표현입니다.
마지막 연은 어떨까요??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라는 표현에서 진자운동이라는 것은 주기를 가진 운동, 예전 학교 다닐 때의 실에 추를 매달아 놨을 때의 그 장면을 지칭합니다.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표현하는 것인데요. 이를 주기를 가진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라고 표현함으로써 '심장은 아무리 빨리 뛰어도 주기성을 가진다' 라는 엄청난 과학적 사실과 사랑은 접목 시키며 시를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즉 '사랑의 힘은 과학적인 법칙을 거부한다' 라는 주제를 가진 예쁜 시입니다.
시의 분석을 하다보니 뭔가 이 시의 로망을 파괴한 것 같은 자책감이 드네요 ㅠ
이 시를 처음 본 순간 너무 신선하여 언제고 한번은 이러한 생각을 이야기해 보고 싶었는데 마침 기회가 되어 신나게 글을 쓰다보니 조금 오버한 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
다음에는 조금 더 공대생이 설명할 수 없는 예쁜 시 많이 공유 하도록 할테니 자주 지켜봐 주세요!!
( 이 시는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 몰라'에서 발췌하였습니다, 김인육 시인의 시집 '사랑의 물리학'에도 수록되어 있는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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